놀이 찾는 아이들, 함께하는 어른
-창의예술학교 ‘재미마중 노리학교’-
7기 통신원 이서정
우리 같이 마티스가 되어보자 얘들아
해는 이미 중천에 떠 있지만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삐질, 기진맥진하게 더운 날씨 때문인지 게으름을 피우고 싶은 토요일 오전 10시, 빛고을시민문화관에 있는 ‘문화예술 작은 도서관’ 은 예술가가 되고 싶은 아이들의 재잘거림으로 분주하다, 도서관은 조용해야 한다는 편견을 깬 ‘문화예술 작은 도서관’에는 문화약방에서 진행하는 ‘재미마중 노리학교 - 놀이 찾는 아이들, 함께하는 어른’이라는 프로그램이 한창 진행 중이다. 오늘 수업 주제는 현대 예술가 ‘앙리 마티스’ 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대상의 수업이기 때문에 마티스의 길고 긴 프로필은 쿨 하게 생략하고 마티스를 ‘색채의 마술사’ 라는 한 마디로 정의하고 넘어가기로 한다, 대신에 마티스의 작품을 더 많이 감상하고 느끼며 친구들은 ‘오늘의 마티스’ 가 되어보기로 한다.
편견을 깨 주는 문화예술교육
키득키득 깔깔깔 시끌시끌 와글와글. 15여명의 아이들은 한 시도 조용할 새가 없다. 그렇지만 문희영 선생님은, “얘들아 조용히 하자.”, “친구들아 여기 좀 보자.”, “선생님 말 들어야지.” 라는 말을 전혀 하시지 않는다.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며, 오늘의 예술가가 될 아이들을 존중해주는, 선생님의 여름보다 더 뜨거운 진심이 느껴진다, 마티스의 ‘춤(Dance)’ 이라는 작품을 본다. 이 작품은 5-6명의 여자가 아무것도 입지 않은 상태로 강강술래 같은 춤을 추고 있는, 세 가지의 색으로만 이루어진 역동적인 그림이다. 이 그림은 마티스를 후원해 주는 사람이 가족을 잃은 절망에 빠져 있을 때 그에게 힘을 주기 위하여 그려 준 선물이라고 한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한 친구가 이렇게 말한다. “제가 봤을 때 마티스는 그렇게 그림을 잘 그리는 것 같지 않아요!” 라고 하자 선생님은 예술이라는 것은 꼭 잘 그려야만 한다는 것은 편견이며, 그 편견을 깨 주는 것이 예술가의 역할이라고 말씀해 주신다. 그리고 단순한 색채 표현과 명료한 선으로 사람의 움직임을 표현하는 방식은 굉장히 예술적인 것이라는 지식까지 덧붙여 주셨다. 또 “저기 여자들이 알몸으로 있어서 너무 야해요!” 라고 다른 한 친구가 말한다. 이와 같은 발언에 선생님은 전혀 민망한 내색이 없이 마티스는 알몸을 사람의 순수한 모습, 가장 예술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하고 알몸 그림을 많이 그려 왔다고 말씀하신다. 그리고 인물들의 움직임은 인간의 본능적이며 자연스러운 행위라는 것이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마티스는 젊은 시절에는 그림을 그리고, 힘을 쓰지 못했던 노년기에는 붓 대신 가위를 들어 작품을 창작했다고 한다. 이제 아이들은, 가위와 풀을 든 ‘오늘의 마티스’ 가 되어보기로 한다.
아이들과 함께 작품을 완성하는 동안 주강사 문희영 선생님과 이야기를 해 보았다.
Q. 아이들에게 ‘조용히 해라’, ‘여기 보자’ 등 제어하는 말씀을 하지 않으시고, 떠드는 것에 대해서도 지적, 그리고 굳이 수업에 집중하도록 컨트롤 하지 않으시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A. 아이들 마음속에서 즉흥적으로 나오는 그림에 대한 생각, 감상을 제
가 제어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림에 대한 생각은 수업할 때 바로 이야기 하는 게 아이들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을 것 같아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거기서 제가 아이들을 제한시킨다면 제가 알고 있는 지식을 전달하는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그래서 중간중간 제가 아이들에게 묻기도 하고 소통하는 수업을 하려고 합니다. 아이들이 엉뚱한 질문, 행동을 하더라도 아이들만의 개성, 창의력을 발산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가 그 아이들의 행동을 무시하거나 억누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Q. 오늘 수업에서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고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나요?
A. 중간에 어떤 친구가 말했던 것처럼, 마티스의 그림들이 잘 그린 그림은 아니라고 저 그림 이상하다고 그랬는데 예술에 대한 편견을 깨고 그림을 통해 예술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상상력을 기르고 예술에 대한 관심을 넓혀갔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예술가가 했던 활동을 직접 해 봄으로써 예술은 우리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느껴서 문화 향유자가 아닌 문화예술 창작자의 일원으로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해요. 너무 거창한 바람인가요? 하하..
Q. 개인적 질문입니다. 오늘 마티스를 다뤘는데, 서양화를 전공하신 건가요? 어떤 계기로 전공을 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A. 실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 전공으로 선택하였는데 작품 활동을 하면 할수록 그림을 사랑하고 예술가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어요. 예술가가 표현을 단순하게 하면 할수록 감상하는 사람은 생각(상상)을 더 많이 하게 되요. 마티스의 작품도 그렇죠. 저도 그런 예술을 하고 싶어요. 감상자를 더 많이 생각하게 하는 예술이요. 물론 정교한 표현도 예술적이고 아름답죠. 그렇지만 제 생각에는..단순명료한 선과 색의 표현으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예술을 하고 싶어요. 아이들이 커서도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은 채로 예술세계를 이해하고 알아줬으면 좋겠어요.(웃음)
Q. 오늘 아이들이 오려 붙이는 활동을 할 거죠? 그런 것을 꼴라주라고 부르는 게 맞나요? 아이들에게 이론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는 선생님만의 이유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A. ‘콜라주’라기보다는 ‘오려서 표현하기’ 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싶어요. 이론 설명을 하지 않는 이유는 아이들이 작품을 완성하는 데 형식적인 제한을 두지 않고 아이들이 상상하고 표현하는 것들이 이론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을 해요. 저번시간에는 ‘붓으로 그림 표현하기’를 했어요. 그 때도 따로 이론적인 설명은 하지 않았어요. 오늘도 역시 가위를 써서 종이를 잘라내고 붙이는 과정을 통해 상상하는 것을 끌어내는 활동을 할 거예요. 이론적인 설명이 많이 들어가면 저의 편견과 작품에 대한 생각이 들어가서 아이들이 진정 생각하는 것을 표현하지 못할 수가 있어요. 그래서 이론적인 설명은 최소화했고 앞으로도 그렇게 수업을 진행할 생각입니다. 아이들에게 작가의 상상력을 불어넣어 주고 싶어요. 이론적인 부분, 저의 설명이 많이 들어가면 저의 편견과 생각이 아이들의 그림그리기에 반영될 것 같아요. 아이들의 작품은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스스로 생각하고 표현하게 해요. 그러면 언젠가는 아이들이 자신들이 마음먹은 것 들을 작품으로 표현해 내더라고요.
아이들의 상상력과 아이들만의 표현 방식을 진정 사랑하는 문희영 선생님과의 인터뷰였다. 천재적 예술가 마티스도 조수는 있었을 것이다, 선생님과 보조강사 선생님들은 성심성의껏 아이들의 조수 역할을 해 주신다. 아이들의 수업에 따라온 학부모도 색종이를 오리고 붙이는 작업에 참여한다. 학부모 참여수업이 참 이색적이지만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과 학부모가 협업하여 만들어가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아이들과 열심히 작업에 참여해 주신 학부모(김대건, 김대경의 어머니 박미자)에게 말을 걸어 보았다.
Q. 어떤 계기로 이 수업에 참가하게 되었는지요?
A. 제 언니(아이들에게는 이모)가 알려주어 신청하게 되었어요. 아이들 방학도 했으니 교과적인 부분보다는 문화예술 체험을 시켜주고 싶었어요. 학교에서 쉽게 할 수 있는 경험이 아니니까요. 그리고 평상시에 학교가 달라 잘 만나지 못하는 친척들과 함께하는 시간도 갖게 하고 싶어서 신청하게 되었어요.
Q. 특별히 이 수업을 신청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A.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활동이 많지 않아요.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아이와 부모가 따로 잖아요. 학교 수업, 학원 수업으로 바쁜 아이들과 이 기회에 주말에라도 아이들과 함께하고 싶었어요.
Q. 아이들은 이 수업을 재미있어 하나요?
A. 아주 좋아해요. 학교 수업하고 다르니까요. 떠들지 마라. 자리에 앉아라 하는 선생님의 명령들이 없으니까 자유로워하고 좋아해요. 그리고 학기 중에 평상시에는 만나지 못했던 친척들을 만나서 더더욱 좋아하고요. 이 토요일 수업을 우리 아이들은 항상 기다려요.
Q. 학교 미술시간과 어떤 점이 다르다고 생각하세요?
A. 여기서는 체험 위주의 활동을 하더라고요. 바깥에서 비석치기 같은 활동을 하기도 하고 또 광주천 탐방을 하기도 하는 등 교과적인 것 외에 우리 지역에 대해서 경험하고 실생활에서 느끼며 체험할 수 있는 활동을 하는 게 다른 것 같아요.
Q. 아이들하고 같이 오리고 붙이고 작업을 하시던데. 어머님도 재미있으세요?
A. 저도 아이들과 마음이 같은가봐요. 무지 재미있어요. 실은 집에서는 어질러 놓으면 치워야 되고…….그런 것 때문에 같이 하지 못하고, 해주지 못한 것들인데 집과 학교에서 충족되지 못한 부분들을 채워주니까 저는 정말 좋아요. 재미있고요, 저희가 클 때에 이런 프로그램이 없었다는 것이 참 아쉬워요.
두 폭의 커다란 작품이 완성되었다. 바다, 하늘, 사람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작품들이다. 색지를 둥글게 붙여서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센스도 발휘했다. 마티스의 작품들도 저렇게 한 벽면을 차지할 만큼 컸다고 한다. 우리 친구들도 오늘 만든 작품처럼 크고 아름다운 세계를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세계를 만나서 꼭 작품으로 표현을 해 줬으면 좋겠다.
선생님, 학부모, 학생 모두가 참여하는 재미마중 노리학교.
문화예술 작은 도서관에서 프로그램을 마친 아이들은 그냥 가지 않는다. 책을 두세 권 씩 빌려서 그 작은 어깨에 끼우고 돌아간다. 돌아가는 발걸음 역시 어린이답게 앙증맞다.
미래의 문화 창작자, 예술가를 키우는 일
아주 작은 애정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재미마중 노리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실감했다. 이곳의 선생님들과 아이들은 계속 활동하며 예술로 소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