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코더 부는 사나이 이상훈 선생님과의 인터뷰>_ 박고운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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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6-08-08 조회수 2,682

'리코더 부는 사나이' 이상훈 선생님과의 인터뷰

   


7기 통신원 박고운

 

   백운초등학교에 근무하는 친구로부터 믿을 수 없는(?) 어느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고, 어떤 분이실까 하는 의문에 인터뷰 요청을 했다. 친구의 말에 따르면, 리코더에 빠진 선생님이 계시는데 본인 수업이 비었을 때 굳이 옆 반까지 들어가 리코더 수업을 해주신다는 이야기였다. 보통 초등학교에는 영어나 체육 등 담임선생님이 가르치기 어려운 교과에 교과전담 선생님을 배정한다. 그렇게 되면 학급의 교과전담 선생님 시간은 사실 쉬는 시간이 되는 셈이다. 꿀 같은 교과전담 시간에 에너지를 보충하기는커녕, 옆 반 음악 수업까지 대신 해주신다니 정말 대단한 선생님인 것 같았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백운초등학교 6학년 4반의 담임을 맡고 계신 이상훈 선생님이시다. 가장 궁금한 것은 어쩌다 리코더라는 악기를 선택하시게 되었는지다. 아이들에게 있어 악기 리코더는 학교에서나 부는 시시한 악기로 대접을 못 받고 있는데 말이다.

 

   “, 처음엔 합창을 했었어요. 예전에 광주에서는 교육청 주관으로 밝고 맑은 노래 부르기 대회가 있었지요. 초등학교에서 한 팀은 필수로 참가를 해야 하는 대회인데 준비가 부담스러워 다른 선생님들이 기피했던 거예요. 그 때 초임이었던 제가 합창 지도를 맡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대회에 참가했는데 어쩌다 보니 금상을 받게 되었어요. 그런데 6학년 학생들이다보니 문제가 생겼지요. 바로 변성기라는 변수가 있었던 거예요.” 선생님은 변성기를 극복하기 위해 합창을 대체할만한 것을 찾기 시작하셨고 눈에 띈 것은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리코더이었다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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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리코더는 한 종류만 있었던 게 아니었다. 무려 다섯 종류의 리코더가 있었던 것. 높은 순서대로 소프라니노,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 리코더가 있다고 한다.

 

   이러한 다섯 종류의 리코더를 선생님의 사비를 들여 250만원어치를 구비해놓으셨다. 한 달 월급이 고스란히 날아갔을 텐데, 어떻게 그런 결심을 하실 수 있었는지 여쭤보았다. “처음에 리코더 대회를 참가했는데 정말 열심히 한 우리아이들이 상을 못 받았었지요. 다른 팀은 다양한 종류의 리코더를 구비하고 연주하니 그 소리가 훨씬 좋았지만, 저희 팀은 그냥 평소에 쓰던 한 종류의 리코더만 가지고 나갔거든요. 열심히 연습했는데, 아이들의 실망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 미안한거에요. 그래서 악기를 사기로 결심했지요.”

 

   그렇게 악기를 사서 1년 내내 리코더를 불었는데, 6학년 학생들이라 졸업할 날이 다가왔다. 그런데 그냥 이대로 끝내기엔 연주 실력이 너무나 아까웠다. 그래서 리코더 연주회를 열기로 마음먹으셨단다. 학생 교육문화회관을 빌려 부모님을 초대해 연주회를 열었는데, 그때 아이들이 무대에 올라 기뻐하던 모습을 보면서 행복을 느끼셨단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1년에 한 번 연주회를 열고 계신다. 연주회 때는 리코더뿐만 아니라 멜로디언, 오카리나, 핸드벨 등의 연주곡도 포함된다. 또한 이상훈 선생님반 아이들뿐만 아니라, 교담시간을 할애해 가르친 동학년 아이들 전체의 무대라든지, 자매 반을 맺어 가르친 저학년 아이들의 무대도 있다고 한다. 이상훈 선생님께서는 작은 연주회라고 하셨지만 겸손한 말씀이다. 학생교육문화회관 좌석은 580석정도 되는데 그중의 2/3이상이 채워진다고 하니 전문가 연주회 못지않게 성황리에 연주회가 열린다. 들으면서 내가 너무 현실적인지는 모르겠으나, 대관료나 연주복과 같은 비용은 어떻게 마련하는지 궁금했다. ‘아마도 아이들에게 따로 회비를 걷겠지하는 마음으로 여쭤보았는데 웬걸 선생님이 모두 부담하신단다. 나도 초등교사이지만 이렇게 아이들을 위해 선뜻 나의 돈을 내놓을 수 있을까? 글쎄 생각 좀 해보고....... 아니, 사실은 못할  것 같다. 아낌없이 퍼붓는 이상훈 선생님의 열정이 정말 멋진 것 같다.

 

   이번엔 선생님께 리코더 지도방법에 대해 여쭤보았다. 모둠을 지어서 함께 연습을 하는데 그 중 잘 안 되는 학생은 1:1로 멘토와 멘티를 엮어준단다. 이러한 방법은 리코더뿐만 아니라 모든 과목에 적용이 되는데 친구한테 리코더를 배웠다가 수학은 내가 알려주기도 하고 하면서 서로 단점을 보완해 줄 수 있다. 처음 3월에는 리코더 연주를 아예 할 줄 모르거나 하기 싫어하는 아이들이 있지만 절대 억지로 시키진 않는다. 자연스럽게 함께 연주 하다보면 아이들이 많이 배우고 스스로 성장함을 느낄 수 있다.

 

   물론 당근은 필수다. 아이들에게 과자 파티도 열어주고, 상품도 주는 등 보상을 해주면 리코더를 싫어하던 아이들도 점차 마음을 열어간다. 그러다 보면 시키지 않아도 아이들이 아침시간, 쉬는 시간, 음악시간, 점심시간 등 시도 때도 없이 리코더 연주를 한다. 더 나아가 소풍 때도 수학여행 때도 가방에 리코더를 챙긴다니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물론 그 옆에서 항상 멘토역할을 해주는 이상훈 선생님이 계시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이렇게 리코더를 가까이 하다보면 아이들은 1년에 약 200곡 정도를 연습하고 연주할 수 있게 된다. 200곡의 악보도 이상훈 선생님께서 직접 골라서 단계별로 곡을 나누신다. 처음에는 다장조 곡, 그다음에는 반음 1, 2개 이런 식으로 난이도가 올라가기도 하고 셈여림 연습을 위한 곡, 표현력을 키우는 곡 등으로 분류해 아이들의 수준에 맞게 연습곡을 선정하신다. 선생님의 책장 속에 빼곡히 채워진 악보 책들, 오래되어 빛바랜 연주곡 책들을 보면서 선생님의 열정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 리코더를 가르치신지 약 14년 동안 한 기억 남는 사례를 뽑자면, 쌍둥이 형제라고 하셨다. 이 아이들은 선천성 기형을 갖고 있어 머리카락도 없고, 이도 없었다. 오직 잇몸으로 리코더를 물어 연주를 할 수 있었다. 연주회 때 쌍둥이 형제의 듀엣으로 특별무대를 꾸몄는데, 무대가 끝나고 부모님과 아이들이 다함께 부둥켜안고 울었던 날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하셨다.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뭉클해졌다. 이렇게 음악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어 좋다.

 

   또 다른 기억은 어느날 선생님께서는 기분이 너무 안 좋았는데, 아이들이 선생님의 기분을 알아채고 자기들끼리 속닥속닥 선생님 몰래 모여 있더란다.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오셨을 때, 평소에 이상훈 선생님이 좋아하던 곡을 아이들이 짠하고 연주해주었다. 곡을 듣는 순간, 그날 있었던 안 좋은 일들이나 기분이 싹 풀리고 미소가 지어진다. 훈훈한 사제지간의 정이 느껴져서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 이야기였다.

 

   리코더의 장점은 무엇일까? 선생님께 여쭈었더니 선생님께서는 단연코 인성교육이라고 하셨다. 공동의 목표가 생기고 같은 취미를 공유하다보면 아이들이 서로 싸우는 일이 거의 없다고 하셨다. 선생님이 맡은 반은 다른 반에 비해 훨씬 다툼이 없다고. 또한 반에서 소외되는 학생이 없이 함께 어울릴 수 있어 교우관계 형성에도 큰 도움이 된다. 서로 배려하며 함께하는 반이 되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음악을 많이 접한 아이들은 음감을 키울 수 있고, 감수성도 풍부하게 된다. 실제로 아이들이 리코더를 많이 불다보면, 거리에서 나오는 노래를 듣고 바로 리코더로 따라 부르기도 한단다. 지독한 음치였던 아이들이나 계이름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암기력이 떨어지던 아이들도 1년 동안 리코더를 함께 불다 보면 어느새 익숙하게 연주할 수 있게 되어 깜짝 놀랄 때가 많다. 또한 리코더를 부는 게 음악 과목뿐만이 아닌 수학, 국어 등 다양한 과목에서 활용할 수 있기에 공부에 좀 더 흥미를 갖게 되고 학습의욕을 높일 수 있어 좋다고 하셨다.

 

   이상훈 선생님의 아이들에 대한 사랑, 리코더에 대한 열정을 듣다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11월에 열리는 연주회에 꼭 가볼 예정이다. 우습게만 여겼던 리코더, 멜로디언, 핸드벨 등이 함께 모여 어떤 소리를 들려줄지 무척 궁금하다. 가는 길에 선생님께서 선물로 카쥬라는 악기를 선물해주셨다. 카쥬를 책상위에 올려놓고, 그때마다 이상훈 선생님의 열정을 떠올리며 나를 담금질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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