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로 풀어보는 아시아의 문화다양성> _ 전경화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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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6-08-08 조회수 1,479

놀이로 풀어보는 아시아의 문화다양성

-어린이 문화놀이터 각양각색 건축놀이터’-

 

7기 통신원 전경화

 

   옛 전남도청 일대에 지어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지역민은 물론 타 지역에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거대한 집이 지어질 그 터에서는 역사적 아픔과 고통, 상처가 여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1980518. 우리는 광주 민주화 운동으로 그 날을 부르고 있다. 아시아권 나라들의 역사적 사건들은 거의 독재, 식민지, 저항, 투쟁으로 점철되었다. 아직도 아시아에 대한 인식은 서양문화권의 주도와 숭배(?)적인 글로벌 타이틀 아래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세계를 향한 아시아 문화의 창을 지향하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건립 취지는 매우 독보적이다. 바로 광주에서 아시아와 연결한다는 것. 이를 두고 온전한 보전과 적절한 보전의 줄타기가 시작되었다. 많은 말들 속에서 후자가 선택되었고 많은 관심 속에 작년 11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개관을 하였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어연 십 년이다. 사연 많은 터 안에 거대한 집을 지었으니, 단단하게 그 자리를 지켜주길 바라는 게 광주 시민들의 마음일 것이다. 이렇듯 하나의 집은 짓는 데도, 그 땅의 역사가 스며든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어린이문화원에서도 문화다양성프로그램 중의 하나로 집짓기가 진행된다고 했다. ‘각양각색 건축놀이터프로그램은 어린이들의 문화적 감수성과 창의성 증진을 위해 진행이 된다. 초등 1-2학년 대상으로 매주 토요일 오전, 오후반으로 개설이 되었다. 아시아 여러 지역의 집을 다양한 관점에서 탐색하고 집을 만들어 보면서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고자 한다. 이 문화를 어떻게 이해를 하게 될까? 대상자는 저학년인데? 여러 가지 궁금증들을 안고 어린이창작실험실로 향했다.

   지난주의 수업을 환기하는 질문들로 시작되었다. 아이들의 대답은 바로 나왔다. 역시 아이들이 굉장히 즐겁게 참여하고 있구나 싶었다. 오늘은 놀이로 알아보는 집이다. 보드게임을 하며 아시아의 집을 다시 알아보면서 문화를 더욱 이해하고자 한다. 보물찾기를 하며 집을 지을 재료를 구하기도 한다. 오늘까지의 활동에서 아이들은 아시아의 다양한 자연환경과 생활문화의 차이, 다양한 집의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집은 그 땅의 역사와 함께 달라질 수 있다는 차이를 쉽게 이해하였다.

 

   아시아의 지도 일부를 게임 판으로 활용하여 아이들 나름의 지식은 놀이로 다시 이어진다. 네 팀으로 나눠 게임이 진행되었다. 주사위를 머리 보다 높게 던지기. 주사위의 색깔에 따라 지형이 달라진다. 그 지형에 맞는 질문을 뽑는다. 예를 들면 모래로 뒤덮인 사막은 노란색이다. 질문은 사막에는 흙으로 지은 집만 있다.”

  O, X 퀴즈로 순발력 있게 아이들이 맞출 수 있다. 깃발을 빨리 올려 먼저 기회를 갖는다. 아이들은 이제껏 함께 알아본 문화의 차이를 보드게임을 통해 다시 기억하게 된다. 여기서 재밌는 점은 돌방 퀴즈였다. 주황색은 비상등을 표시한다. 친구를 칭찬해주세요, 라는 질문에 한 아이는 이렇게 말했다.

 

키가 작아서 비를 늦게 맞을 수 있어요.

이 친구는 1학년이라 공부하기 쉬워요.

태권도를 금방 안 배워도 되니 좋겠어요.”

 

   혹여나 약점이 될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말해주는 아이의 긍정성이 돋보였다. 음악에 맞춘 우리 집 체조를 추기도 했는데, 아이들에게 단순히 아시아의 집은 이러저러해요, 이렇게 다양해요, 가 아니라 그 사이사이로 놀이를 포함하여 활동하는 체험으로 이끌어 낸 점이 프로그램의 장점이 아닐까 싶다. 보드게임을 통해 신나게 놀았던 아이들은 이젠 탐험을 하러 떠난다. 다음 시간에 짓게 될 집들의 재료들을 알아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장소를 이동하여 다른 곳에서 선생님들이 숨겨둔 보물을 발견하고 돌아왔다. 다음 주부터 진짜 지을 집들에 대해 아이들은 들떠있었다. 잠깐의 장기 자랑 시간 동안, 정말 초등 1-2학년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끼가 넘쳐난 친구들이 많았다. 비트 박스를 잘하는 친구가 정말 리듬감 있게 시작하자 다른 친구가 손을 번쩍 들고 랩을 할 수 있다고 나섰다. 두 친구를 서로 리듬을 맞추며 막간 공연을 하였다. 신기하게도 기가 막히게 잘 맞아떨어지고 뭔가 버스킹 공연을 보는 기분이었다. 이러한 적극적인 행동, 구애받지 않는 표현은 어디서 나올까? 아이들의 대답에서는 단단하고 튼튼한 집만 좋은 게 아니라 그 나라의 땅이, 기후가 이러니 이렇게 살아간다고 했다. 주입식의 답으로 말하는 게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아이들은 이해를 하고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이라서 아직은 때 묻지 않아서 그런가? 그건 또 아니다. 문화 흡수가 빠른 아이들은 모든 어른들의 말을 흡수한다. 저학년이래도 아파트의 브랜드의 구별을 할 수 있다. 역시 프로그램의 장점이 발휘하는 힘이 아닐까 싶다. 문화의 다양성과 차이를 어떻게 아이들과 함께 할 것인가? 여기는 놀이터다. 어린이 놀이터. 놀이터에서는 학습으로 진행되어선 안 된다. 맘껏 뛰어놀고 맘껏 느끼고 맘껏 상상하기.  마음껏을 해낼 수 있도록 하지 않았을까?

 

   이번 프로그램의 외부인력 연구원으로 참여한 권소정 강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각양각색 건축놀이터에 대해 더 알게 되었다. 통합예술교육단체 다락의 대표이기도 한 권소정 강사는 프로그램의 첫 차시 활동이 우리들의 다양성을 탐색하는 활동이었다고 한다. 아시아권의 다양한 건축문화가 낙후됐거나 싫다는 인식 보다는 문화권이 다르기 때문에 오히려 풍성하다는 긍정적인 인식 갖기가 주목적이라고 한다. 다르기 때문에 풍성하다는, 즉 다른 것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 갖기가 주목적이라 한다. 그렇기에 첫 차시 활동도 처음 만났을 때 나와 어색하고 다른 친구를 만난 것에 대해서 아이들이 낯설어 하기 보다는 좀 더 호기심을 갖고 다름을 관찰하게 함으로써 앞으로 수업이 재미있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진행하였다. 나와 같은 점, 다른 점을 놀이를 통해 발견해보면서 아이들은 나와 다른 친구들 이지만 그 개성을 재미있게 여기면서 어울리게 된다. 강사가 전해주는 영향이 크기에 주의를 기울이며 진행한다고 한다. 예를 들면 환경에 맞는 적합한 집이지 낙후가 아니라는 것과 우리가 보통 살고 있는 아파트도 그 곳에 존재한다는 것, 등등 부정적인 말과 생각이 나오지 않도록 그 나라의 환경에 관한 다양한 시청각 자료를 활용해 아이들이 프로그램에 이입되도록 유도하였다. 아이들이 받아들이기에 빠르게 적응하는지가 궁금했다. 이에 대한 물음에 권소정 강사는 자칫 어려운 내용이 될 수 있기에 환경에 여행이란 콘셉트를 도입하였다고 한다. 돼지삼형제 이야기를 각색하여 드라마 스토리텔링을 통해 아이들의 연극적 이입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시청각 자료는 물론, 집의 재료를 알아볼 때는 촉감 상자를 활용하기도 하였다. 시각. 청각. 촉각, 모든 오감을 자극하여 딱딱한 수업이 아니라 즐거운 놀이가 되도록 한 셈이다.

   

   놀이식 체험을 바탕으로 어린이들이 아시아의 다양한 집과 그 곳 사람들의 생활모습을 재미있게 느낄 수 있도록 이끌어 낸 점이 가장 미덕이다. 다양성의 존중이야말로 공동체의 첫 시작이다. 놀이를 통해 아이들은 문화예술교육의 창의성과 상상력은 물론이거니와 가장 중요한 협력과 다양성과의 공존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될 것이다

 

 

다양성이란 차별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존중이다.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것이며, 생산적인 비판은 그 안에서 나온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어린이문화원, 그 곳에서 아이들의 창의 수업은 아시아의 문화를 바탕으로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아이들의 맑은 눈망울들이 바라보게 될 다양한 문화 속에서 희망이 생긴다. 청소년들은 제대로 된 역사를 배우지 못하고 있다. 비극이다. 하지만, 어쩌면 이러한 아시아의 문화 다양성을 바탕으로 시작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오늘 수업에 참여한 초등 1-2학년 어린이들이 올곧게 자란다면 광주의 옛 전남도청 그 터에서 일어났던 역사도 제대로 바라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 뒷받침은 바로 문화에 대한 이해일 것이다. 예술이 그러한 감성과 너그러운 문화적 이해심을 이끌어 낸다. 굉장히 중요한 매칭이다. 역사 과목을 제대로 못 배우는 풍토라면 문화예술교육이 그 자리를 메울 수 있다. 통상적인 교수법만 자기복제하지 않는다면 가능하다. 앞서 가장 중요한 건 우리 모두의 인식 변화일 것이다. 아시아의 아픈 근대사와 식민지, 독재로 얼룩진 역사를 제대로 알아가야지만 문화는 더욱 깊게 자신만의 색깔을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조기 영어교육에 열풍인 이 나라에서 아시아의 문화를 알아간다는 건 의미심장한 풍경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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