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패로 알아보는 '하서 김인후의 필암서원'>_김다령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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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6-09-09 조회수 1,580


국립광주박물관 교육프로그램
문패로 알아보는 ‘하서 김인후의 필암서원’

통신원 김다령

 8월 중순, 쏟아지는 태양빛이 어느 때보다도 무더운 날이었다. 이런 날 그늘 하나 없는 뜨거운 태양 아래 서있는 것은 고역이다. 하지만 그런 수고로움 끝에 찍히는 사진 속 풍경은 그 어느 사진보다도 눈부시고 화사하다. 사진으로 뜨거움을 느낄 수는 없으니, 뜨거운 태양 빛이 사진 속에서는 완벽한 조명인 셈이다. 그리고 오늘 카메라에 찍힌 그 완벽한 풍경의 주인공은 바로 광주국립박물관이다. 햇빛을 받아 푸르게 빛나는 잔디가 박물관의 생명력을 느끼게 해준다. 뜨거운 날씨를 뚫고 이렇게 국립박물관의 사진을 찍는 이유, 바로 박물관 전시 연계 프로그램인 ‘하서 김인후의 필암서원’ 프로그램을 취재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무더운 날씨에도 부모님의 손을 잡고 많은 아이들이 왔다고 하니, 기대 반 설렘 반으로 국립박물관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박물관 전시 연계 프로그램, ‘토요일-토요일은 박물관’


  광주국립박물관에서는 총 5개의 테마로 박물관 전시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월 20일부터 12월 17일까지 매월 첫째 주, 셋째 주 토요일에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전시 관람을 통한 이론학습 후 체험 학습을 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매회 2시간씩 진행되며, 초등학생 포함 가족을 대상으로 한다. 박물관 전시와 연계되다 보니 교육적 목적으로 신청하는 학부모들이 많다고. 먼저, 2월 20일 날 첫 선을 보인 ‘의재 허백련의 삶과 예술’은 의재 허백련의 특별전 이론 학습 후, 허백련의 그림 탐구, 산수화 그리기 등의 체험 활동으로 진행되었다. 두 번째 프로그램인 ‘유물로 본 옛사람의 모자’는 이론학습 후 나만의 모자 디자인하기,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여 모자 만들기 등의 체험학습을 진행하였다. 세 번째 프로그램인 ‘세계유산 고인돌’은 이론학습 후, 고인돌 이야기, 미니 고인돌 축조 체험 등의 활동을 진행하였다. 네 번째 프로그램은, 바로 오늘의 취재 주제인 ‘하서 김인후와 필암서원’이다. 필암서원의 체험활동은 필암 서원 이야기, 역사 속 인물들의 글씨가 쓰인 현판 탐구, 나의 손 글씨를 담은 문패 만들기 등으로 이루어져있었다. 가족체험으로 오는 만큼, 어린 아이들이 많이 오는 것을 감안했을 때 조금 어려운 주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적 인물과 관련된 만큼 역사적 지식이 바탕이 되어야 좀 더 쉽게 이해하고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과연 어린 아이들이 하서 김인후와 필암서원에 대해 이해할 수 있을까 걱정 반 우려 반의 마음으로 수업을 지켜보기로 하였다.

인기폭발 ‘나만의 문패 만들기’

 하서 김인후는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 당시 세자였던 인종을 가르친 인물이다. 하지만 인종이 죽자 고향으로 내려와 다시 벼슬길에 오르지 않고 배우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과 교류하며 평생을 지냈다고 한다. 지금의 사립학교와 같은 당시의 서원은 각각 배향된 인물이 있어 그를 기리고 학풍을 이어가는 역할을 담당하였는데 필암서원은 바로 그런 김인후를 기리기 위하여 세워진 곳이다. 이러한 내용은 애니메이션 영상으로 아이들에게 보여 졌는데, 만화라도 내용이 어려운지라 아이들이 모르는 부분을 부모님께 물어보는 장면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영상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바로 오늘 체험활동의 주제가 될 필암서원 속 ‘문패’였다. 영상을 통해 아이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김인후와 필암서원에 대한 역사적 사실 보다는 서원 속 공간과 그 공간에 있는 문패를 찾아보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좀 더 흥미롭고 쉽게 서원과 문패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영상이 끝난 뒤에는 ‘문패 만들기’ 체험 활동에 관한 강사님의 설명이 이어졌다. 


 강사님은 먼저 문패를 만들 때 필요한 간단한 준비물과 완성 샘플을 보여주셨다. 방문이나 화장실 문에 걸어놓을 법한 아기자기한 문패의 모습에 아이들이 표정에 호기심이 어렸다. 본격적으로 문패를 만들기 전, A4용지에 문패 아이디어 스케치를 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 집에 어떤 문패가 필요한지 생각해보고 마인드맵을 통해 적어보는 활동이었다. 연습을 마쳤으면 이제는 아크릴 물감과 친해질 시간이었다. 아크릴물감 쓰는 법과 주의사항을 들은 후, 아까 만들었던 마인드맵 중 2~3가지를 선택하여 아크릴 물감으로 표현해보는 시간이었다. 아이들은 열심히 붓에 물감을 묻히며 켄트지 위에 글씨나 그림 등을 그리기 시작했고, 부모님들은 아직 사용이 미숙한 아이들을 옆에서 봐주고 도와주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가족들에게서 느낀 점은 부모님들이 더 열심히 하신다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문패는 일상 속에서 실용적으로 쓰이는 것이니만큼 욕심이 더 생기시는 듯 했다.

 

  수업 내내 문패 만들기에 집중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흐뭇한 웃음을 짓게 만든다. 삐죽삐죽 조금은 엉성하고 부족한 솜씨지만 옆에서 도와주는 엄마, 아빠의 손길로 마침내 문패는 필암서원 속 문패 부럽지 않은 모습으로 완성될 것이다. 주말 오후, 더운 날씨에도 아이들과 또는 부모님과의 색다른 추억을 만들기 위해 박물관으로 나들이를 나온 가족들의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봄 냄새 물씬 풍기는 오색빛깔의 꽃잎, 짙은 색 낙엽이 만들어내는 고즈넉함, 포근한 눈이 고요하게 보듬은 필암서원의 풍경도 아름답지만, 이렇게 8월의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필암서원의 풍경도 꽤 멋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광주국립박물관이 선사하는 다양한 전시연계 프로그램 중에서도, 가족들과 같이 서원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고 함께 할 수 있는 필암서원 프로그램은 어쩌면 여름에 가장 잘 어울리는 프로그램이 아닐까 한다. 더워서 짜증나고, 화낼 수 있는 상황 속에서도 문패를 껴안고, 그런 아이들의 손을 잡고 박물관을 거니는 가족들의 모습에는 하서 김인후와 같은 넉넉함이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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