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무용을 꿈꾸는 <무용예술강사 연구모임>
통신원 박고운
이번 연구모임의 장소는 봉선동의 한 무용연습실이다. 여자 아이라면 한번쯤은 우아한 발레리나가 되는 상상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 설레는 마음으로 무용연습실 문을 열었다. 환한 웃음으로 무용 강사님들께서 반겨주신다. 전남무용교육원에서 함께 모임을 이어가던 강사들 중 장애아동을 위한 무용교육에 관심을 갖고 있는 9분의 예술 강사들이 모여 연구모임을 하고 있었다.
일반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무용수업과 장애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무용수업의 차이가 있는지 궁금했다. 일반학생들에게는 하나의 수업목표가 있고 함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작품도 만들고 다양한 동작도 한다. 그러나 특수학급에서는 개별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개인별로 수업목표가 다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일단 아이들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 수업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장애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무용 수업이 힘들지는 않으실지 여쭤보았다. 그러나 예상과는 다른 답변이 나왔다. 무용 수업을 하면 할수록 오히려 내가 도움을 받는다는 생각에 감사하단다. 아이들은 진심으로 날 원했으며, 좋아하는 마음을 순수하게 모두 표출해낸단다. 그런 아이들을 보면서 내 마음이 치유되는 것 같았고 아이들이 진심으로 예쁘다하신다. 대소변을 받아낼 때도 있고, 침을 잔뜩 묻히기도 하지만 정말 엄마 같은 마음으로 아이들을 진심으로 대하면 다 수용할 수 있고 이해가 된다하신다.
또 다른 분은 임신 중에 특수학교 무용 수업을 하게 되었는데 생명의 존엄성이 절실히 마음에 와 닿았다고 한다. 모든 아이들은 소중하고 사랑스럽다는 것을 온몸으로 깨달았다. 수업 기간이 종료되었지만 아이들을 더 만나고 싶었다하신다. 나만을 기다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자꾸 생각나고, 내가 아이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에 가슴이 뛰었다. 그래서 사회복지사 자격증까지 따면서 자폐아, 지적장애아들을 위한 수업을 계속해 나가고 있다. 특수 무용 강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강사들의 모습이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또한 장애아동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내 모습이 부끄러워졌다.
연구모임이 시작되자, 역시 무용가들은 다르다. 강사님들은 연습복으로 옷을 갈아입으셨다. 그리고 앉아서 하는 연구가 아닌 연습실 바닥에 앉아 몸을 움직이며 무용 수업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먼저, 저번 시간에 배운 짐볼 수업의 후기를 발표하였다. 짐볼을 활용한 수업을 했더니 아이들이 생각보다 균형 잡는 것을 잘했으며, 거기에 추가할 수 있는 활동도 말씀해주셨다. 연구모임에서 배운 내용을 바로 바로 수업에 적용하고, 또 함께 피드백 하는 모습에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연구모임임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연구주제에 관한 스터디가 시작되었다. 장애아동들을 위한 무용교안은 거의 없기 때문에 특수교사와 실무사의 자문을 구해 무용수업 지도안을 짜고 있다. 지도안의 주제는 ‘소도구를 활용한 무용 프로그램’이다. 특수아동들은 지적활동이 어렵고 신체를 자유로이 움직이는데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이런 아이들에게 효과적인 움직임 수업을 위해 소도구를 사용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주제를 정하고 함께 연구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리본, 종이, 상자 등의 기존도구 외에도 짐볼, 총채 등을 활용한 수업을 짰다.
오늘 연구할 소도구는 서클마크와 부채이다. 먼저 김소영 강사님께서 서클마크를 활용한 수업을 앞에 나와 진행해주셨다. 인상적인 부분은 김소영 선생님께서 직접 수업을 진행하는 것처럼 말씀을 하시면, 다른 분들은 학생이 되어 따라한 점이다. 이렇게 몸으로 움직이면서 수업을 배우면 훨씬 더 기억에 잘 남고 이해가 잘 될 것이다. 서클마크는 동그라미 모양이기 때문에 우리 생활 속에서 볼 수 있는 동그란 모양을 알려주고, 손으로 동그라미를 그려본다. 그 다음 신체인식도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내 몸에서 동그라미 모양을 찾아본다. 또한 신체부위를 활용해 동그라미를 만들어본다. ‘아-’ ‘오-’ 눈 돌리기 등을 강사님께서 시범 보이시면 다른 강사님들도 학생이 되어 함께 따라하는 모습을 보면서 순수함이 느껴졌다. 그 다음 서클마커를 사용해 색깔 맞추기, 징검다리 건너기, 머리에 올려보기, 날려보기 등등 아주 다양한 방법의 소도구 활용법을 알려주셨다. 말로만 교안을 읽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함께 동작을 해보면서 몸으로 익히셨다.
한 수업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시뮬레이션이 끝나고 다양한 피드백이 오갔다. 더 추가했으면 하는 활동, 아쉬운 점 등을 함께 이야기하면서 수업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드는 모습이었다. 무용분야 연구모임은 좋았던 점이 하나의 수업을 배우면 그 다음에 바로 본인들이 수업을 적용해본다는 점이었다. 교안으로만 남기고 직접 수업 해보지 않으면 그것은 자신만의 수업으로 만들기 어려울 텐데, 실질적으로 수업에 활용하는 모습이 좋은 것 같다.
두 번째는 부채를 활용한 수업이었다. 먼저 색지에 각자 그림을 그리고 아코디언 접기를 활용해 접어서 종이부채를 만든다. 이 활동 역시 한 사람이 시범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 다함께 그림을 그리고 접어봄으로써 새로운 수업을 확실하게 배우시는 모습이었다. 도입 단계에서는 브레인 댄스라고 하여 1~8단계에 거쳐 워밍업을 한다. 그 다음에는 손뼉 4번+제자리 점프4번+손뼉4번+오른쪽으로 돌면서 점프 등의 활동을 통해 박자감각을 익혀본다. 혼자 돌기, 친구와 함께 돌기 등을 통해 서로 함께 하는 턴동작도 익혀본다. 이제 음악에 맞추어 부채춤을 춰본다. 실제 음악을 틀어서 함께 무용을 해보는데, 역시 무용 강사님들이라 단순한 동작도 아름답게 표현해내신다. 배경음악 자료 역시 함께 공유하면서 도움 받는 모습이었다.
오늘 배운 서클마커, 부채 등의 소도구를 활용한 수업의 효과를 살펴보면, 학습동기의 유발이 되고 학생들의 흥미와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다. 또한 좀 더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고, 소근육 발달에도 도움이 된다. 그리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나 했던 일을 소도구를 활용해 다양하게 표현할 수도 있는 효과도 있다.
연구모임을 통해 얻는 점을 여쭤보았다. 혼자서만 연구하다 보면 수업 패턴이 반복되기 마련인데, 기존 교안에 없는 새로운 수업을 다른 강사들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게 좋다고 하셨다. 함께 수업 내용을 공유하면서 더 발전할 수 있고 다양한 교수법을 체득하게 된다. ‘수업’ 잘하는 강사가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시는 모습이 존경스러웠다.
연구모임 운영시 힘든 점은 아무래도 장소섭외였다. 무용분야의 특성상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 함께 몸을 움직여보고 음악에 맞춰서 춤을 춰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공간을 찾기가 쉽지 않다. 또한 시간도 맞추기 힘든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어떻게든 함께 모여 수업을 배우려는 선생님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런데 얘기를 듣다보니 일부 학교에서 특수학교 무용예술교육 대한 인식이 부족해 파행 운영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 아쉬웠다. 특수학급 아이들은 5~7명이 있는데 주강사와 보조강사 두 명이 파견된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두반을 합반해 수업해달라거나, 두 명의 강사가 각각 다른 반에 들어가 수업해달라는 요구가 있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피해는 사실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충실히 수업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학교예술강사제도에 대한 학교의 인식이 바뀌어야 할 것이다.
장애아동들의 특별한 몸짓을 위해 노력하는 무용예술강사들의 연구모임을 다녀오니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꼈다. 누군가를 도와주려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에게서 도움을 받는다고 말하는 아름다운 그들의 모습이 감동적이다. 장애인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에서 벗어나 누구나 함께 어울려 춤출 수 있는 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