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과 교육의 만남을 고민하는 연극예술강사 연구모임
통신원 박고운
내가 지금까지 취재했던 주제는 문화예술수업에 관련된 것이었다. 학생들의 수업을 참관하고 강사님을 인터뷰하곤 했다. 그러나 이번 취재는 조금 달랐다. 예술강사들이 함께 모여 스터디하는 모습을 들여다보기로 한 것이다. 아무래도 이방인이 모임에 참석하면 불편해하실까봐 우려스러웠다. 하지만 ‘곡성의 이방인보다는 반겨주시겠지’ 라는 믿음으로 모임의 문을 두드려보기로 한다. 똑똑!
연극예술강사 연구모임은 광주지역에서 학교예술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강사들이 모여 좋은 연극 수업을 위해 함께 고민하는 모임이다. 9명의 강사들이 단합하였는데, 오늘은 김경옥, 유지영, 고난영, 정문희, 김은미, 오설균 강사님 여섯 분이 모여서 머리를 맞대신다.
모임의 대표이신 김경옥 강사님께 연구모임 전에 사전인터뷰를 부탁드렸다. 연극배우라고 하면 흔히 말하는 ‘쎈언니’가 떠올라 잔뜩 주눅 들어 있었지만, 막상 만나본 강사님들은 모두 다정다감하셨다. 김경옥 강사님도 인터뷰가 조금 부담되셨는지 연구모임 회원 중에 몇 분을 더 부르셨다고 한다. 하긴, 연구모임에 관한 인터뷰라니 조금은 어렵게 느끼실 법도 하다.
작년에 이어 2년차로 접어든 연구모임의 주제부터 여쭤보았다. 작년에는 에릭에디슨이 쓴 연극치료 이론과 관련된 책을 함께 공부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20차시의 교안을 만들었다고 한다. 생각보다 어려워서 힘들었다고 하신다. 올해 연구모임의 주제는 초등 국어교과를 중심으로 한 연극교안을 학년별로 7차시씩 모두 42차시를 만드는 것이다. 예전 교과서와 관련된 교안은 다른 곳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지만, 개정 교육과정과 관련된 연극교안은 부족하여 함께 연구해보기로 하셨단다.
연구모임의 진행방법에 대해 여쭈어보았다. 먼저 각자 교과서를 훑어보고, 연극수업에 어울리는 차시를 골라 연극교안을 먼저 작성해본다. 그 후, 연구모임에서 함께 살펴보고 피드백을 받아 한 차시의 교안을 완성한다. 오늘은 1학년 교과서를 함께 분석해보기로 하였다. 먼저 김은미선생님께서 작성해 오신 교안을 발표하셨다. 시를 활용한 연극수업이었는데, 의성어와 의태어가 나오는 시였다. 시에서 나오는 표현을 몸으로 표현해보는 수업을 짜오셨다. 평소에 시가 나오는 국어수업은 그냥 함께 읽어보는 데 그쳤는데, 이렇게 시를 몸으로 표현해보면 훨씬 더 재미있고 풍부한 수업이 될 것 같았다. 김은미선생님께서 짜 오신 수업내용을 간략하게 발표하고 난 뒤, 여러 의견이 다양하게 오갔다.
‘단순히 몸으로 표현하라고 하면 너무 간단하게 똑같은 동작이 나와. 시각적인 시범의 일환으로 영상을 먼저 보여주는 게 좋을 것 같아.’
‘이걸 연극화시키기는 어렵겠다. 국어 수업이랑 똑같으면 연극을 활용한 수업이 의미가 없어.’
‘음……. 1학년 수준에 맞을까? 조각상 정도만 만들자.’
다다익선이라고 했던가. 한 사람만의 생각으로는 불완전했던 교안이 서로의 생각이 만나니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되어간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수업을 할 수 있을까, 좀 더 재미있는 연극수업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함께 고민하는 강사님들의 대화 속에서 그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강사님들께 연구모임에 참여하는 이유를 물으니, 가장 먼저 나오는 대답은 ‘정보공유’였다. 다양한 사람들의 교수법을 함께 공유하면서 훨씬 풍부하고 다양한 연극수업을 할 수 있다고 하셨다. 이번 연구모임에서도 한 분이 갑자기 물으셨다.
“안대를 사용한 연극 수업을 하고 싶어요. 어떤 게 있을까요?”
묻자마자 여러 대답이 쏟아져 나왔다. 한명이 술래를 하고 나머지는 박수를 치면서 하는 술래잡기, 한명은 안대를 하고 짝꿍이 길을 안내하는 장님놀이, 원을 만들어 가운데에서 안대를 쓰고 나머지에게 몸을 맡기는 놀이 등등. 아~ 이래서 연구모임을 하나보다. 궁금한 것, 모르는 것, 부족한 것을 서로 채워주고 배워갈 수 있는 모임이다. 서로 바빠 시간 맞추기도 힘들고 만날 공간도 딱히 없지만, 나를 발전시킬 수 있고 함께 같은 고민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힘이 되기 때문에 연구모임에 참여한다.
이어서 다른 강사님께서 감정표현과 관련된 연극수업을 발표하셨다. 자신의 기분을 색종이로 표현하는 수업에 관련된 것이었다. 자신의 감정을 색으로 표현하거나, 구기고 자르고 찢는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감정을 나타내는 수업이다. 요즘 고학년 학생들은 사춘기가 와서 마음속에 쌓인 화가 있기 마련인데, 이런 수업을 통해서 화를 표출해낼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의 기분에 공감하는 법도 배울 수 있다고 하셨다. 수업 발표가 끝나고 피드백이 이어졌다. 이러한 감정표현 연극수업과 관련된 경험들을 말씀해주셨다. 다들 진지한 태도로 함께 눈빛을 주고받았다. ‘내가 3학년 애들 데리고 해봤더니~’, ‘아이들이 기분이 안 좋을 때 이런 수업을 하면~’ 등 쌓였던 노하우와 팁을 함께 공유하였다.
처음에 연구모임을 취재하기 전에는 연극배우 활동을 하시고 있으시니 연극수업을 쉽게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연구모임에 참여해보니 연극과 교육연극은 같은 뿌리긴 하지만 다른 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장면을 연극화하고 생동감 있게 표현하는 것을 가르쳐주는 것은 연극배우로서 쉬울 수 있지만, 교육연극은 좀 생소한 분야일 수 있겠다 싶다. 아이들에게 좀 더 교육적으로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멋져보였다.
연극수업의 교육적인 효과에 대해서 여쭤보았다. 그냥 눈으로 보는 것보다는 실제 스스로 실연해봄으로써 많이 얻을 수 있는 분야가 연극이라고 하셨다. 특히 요즘은 인성교육의 한 갈래로 학교폭력 예방 교육연극을 많이 한다고 한다. 가해학생이 거꾸로 피해학생 역할을 맡아서 하다보면 상대방의 입장을 훨씬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 또한 연극수업은 ‘자기표현‘이 기본활동이기 때문에 자신감을 키울 수 있고 나에 대해서 더 잘 알 수 있게 된다. 또한, 한편의 연극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소품, 의상, 음향, 연출, 연기 등 다양한 영역의 사람들이 협동을 해야 하는데 아이들은 연극을 만들면서 함께 배려하고 소통하는 능력을 키울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고학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연극수업에 어려움이 없는지 궁금해서 여쭈었다. 고학년 아이들은 수줍음을 타 스스로를 드러내거나 몸을 움직이는 걸 싫어하는 경우가 많은 걸로 알고 있다. 강사님들 역시 동의하셨다. 고학년을 잘 다루는 방법으로, 일단은 강렬한 눈빛을 발사해서 아이들이 하기 싫다는 표현을 하지 못하게 하신다고 하셨다. 그래도 연극 수업을 하기 싫다는 아이가 있을 때는 억지로 시키기 보다는 옆에서 친구들이 하는 걸 지켜보라고 한뒤, 다른 아이들과 아주 재미있는 활동을 해서 아이가 자연스럽게 수업에 참여할 수 있게 만든다.
예술강사 연구모임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는지 여쭤보았다. 원래부터도 연극 강사들끼리 자율적으로 모여서 함께 수업기법을 공유하는 모임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에서 하는 사업을 알게 되어 신청한 것이기 때문에 행정적인 절차가 조금은 버거우신 것 같았다. 행정적인 절차가 조금 더 간소화되길 원하셨다. 이번 연구모임을 통해서 만들어진 교안이 활용이 잘되기 위한 방안도 내주셨다. 이 교안은 신규 연극 강사들에게 배포된다고 하는데, 이때 교안만 보면 실제로 와 닿지 않을 수 있으니 교안을 직접 적용한 수업을 보여줄 수 있는 연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연극과 교육의 만남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연극예술강사 연구모임을 통해 나 또한 많은 걸 배우고 왔다. 한 시간의 수업을 하기 전까지 수많은 고민들이 오가고 많은 시간과 노력이 어우러져 대가의 작품처럼 교안이 탄생한다는 것을 체험하고 왔다.
딱딱한 의자에 앉아서 교과서를 들여다보는 아이들에게 연극 수업은 나를 들여다보고,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비상구이지 않을까. 무엇보다도 이러한 점을 잘 알고 있는 연극강사들이 모여 학생들이 비상구로 쉽게 가는 길을 안내하고자 함께 고민하는 연구모임이었다. 앞으로도 연구모임이 활성화되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유익한 연구모임으로 계속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