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뜨르릉]✉토요일에 용준 씨를 만났습니다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25-05-27



2025년 5월호(vol.130)
지난 토요일에 용준 씨를 만났습니다.

야학에서 공부하고 마을 일 열심히 하는, 글씨를 기똥차게 쓰는 1956년생. 그가 살아있다면 올해로 예순아홉이겠네요. 며칠 전 '극단 토박이'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기억하기 위해 올린 연극 〈광천동 청년 용준 씨〉를 봤습니다. 주인공인 박용준 씨는 사십오 년 전 오늘, 광주 YWCA에서 '투사회보'를 만들며 그곳을 지키다가 계엄군이 쏜 총에 맞아 숨을 거두었습니다. 

1980년 5월에 광주에서 죽거나 다친 사람은 오천 명이 넘습니다. 하지만 오천이라는 숫자 보다는 박용준이라는 한 사람의 이십사 년을 펼쳐놓은 이야기가 훨씬 와닿더군요. 오월이 낳은 오만가지 이야기는 그렇게 연극과 영화, 소설과 시, 노래와 그림의 옷을 입고서 수십 년 동안 지치는 줄도 모르고 사방 천지를 달려다녔습니다. 덕분에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우리에게 떨치고픈 악몽이 아닌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예지몽이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 달에는 '극단 토박이'와 '오월문예연구소'에 찾아갔어요. 부단히 오월을 말하고 듣고 읽고 쓰면서도 "친구 같은 문화예술교육"으로 사람을 붙드는 마음이 고마워서요. "친구 같은 문화예술교육이 많아진다면, 우정의 힘으로 모두가 각자 주어진 삶을 꽉 쥐고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다."라는 최서영 작가의 말을 빌려 곳곳에서 오월의 우정을 되살리는 광주 문화예술교육자들에게 솔찬히 감사하단 말씀을 전합니다. 


✍ 이번호 제목은 "박용준투사회보체"로 썼습니다.
지역공공정책플랫폼 광주로, 광주YWCA, 들불열사기념사업회에서
박용준 님의 육필을 복원해 2021년에 제작했습니다.
여기에서 누구나 무료로 내려받아 쓸 수 있습니다.
  

때로는 예술가의 삶과 예술교육자의 삶이 달라서 고민한 적도 있었다. 참여자와 함께 하는 시간도 소중했지만, 그들에게 쏟은 시간과 열정을 예술가인 내게 온전히 쓰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수업을 위해 준비한 시간이 무의미하게 되었을 때, 뜻대로 되지 않아 조바심이 날 때 속상하고 그들을 원망하기도 했다.

5·18을 문학으로 다루면서, 때로는 시를 통해 분노를 완화하기도 하고 때로는 소설을 통해 내면의 슬픔을 치유할 수 있다. 문학을 통해 자신을 정화해 나가는 과정을 동구자활센터에 오는 분들과 함께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기획하게 되었다. 자신을 고립시키면서 사회에서 배제됐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문화예술교육은 연필을 쥐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연필로 무엇을 하든 편들어주는 친구가 되는 것이다. 친구가 되어 무엇인가를 가르치려 하지 않고, 바꾸려 들지 않고, 그냥 옆에서 함께 있어 주는 것이다. 그 우정이 가득한 마당이 문화예술교육의 정(庭)이다.

광주광역시 남구 천변좌로 388번길 7 빛고을시민문화관
TEL : 062) 670-7457
모아봄 게시글 상세 폼
top 버튼